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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유엔 NGO 자문위원·공공정보국 부의장 크리스틴 듀박 박사
“인터넷은 NGO의 21세기 활동무대”
인터뷰어:문난영 세계평화여성연합 사무총장
정리:김일곤 월간중앙 기자
유엔 NGO 자문위원 겸 공공정보국 부의장 크리스틴 듀박 박사가 지난 2월초 서울에서 열린 세계문화?셈객育? 특별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세계평화여성연합 문난영 사무총장이 듀박 박사와 함께 21세기를 맞는 여성운동의 지향점, 국제사회의 NGO 활동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먼저 유엔과 NGO의 파트너십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또 듀박 박사는 세계정보전달(WIT)을 창설하고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유엔의 공공정보국(DPI) 부의장을 맡고 계신데 이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NGO와 유엔 산하 조직의 관계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엔에는 두가지 다른 차원의 조직이 있습니다. 경제·사회 부문을 다루는 1천6백여 조직들과 연계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와 1천7백여개의 조직과 관련을 맺은 공공정보국(DPI)이 그것입니다.
경제사회이사회는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NGO들로부터 적절한 자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문단에 속한 NGO는 경제사회이사회와 그 부속기관들의 주요 활동에 업저버로 참가할 수 있으며 이들의 활동에 대해 적절한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또 공공정보국은 NGO들의 활동에 대해 정기적인 메일 발송, NGO 대표들에 대한 브리핑, 연차총회, 그리고 뉴욕에 있는 NGO 자료센터 이용 등을 지원합니다. 공공정보국 집행위원회는 NGO와 공공정보국간의 연락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공공정보국은 이처럼 모든 조직들과 연계되어 있으며 주요 임무는 유엔에 관한 정보를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제가 창설한 WIT는 경제사회이사회의 자문·조정 역할을 하며 3백여 단체로 이루어진 대표자회의의 한 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제적인 지부로서는 꽤 큰 편에 속합니다. 저희 조직 역시 공공정보국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주요활동으로는 “세계환경보고서”를 발간하고 ‘건강과 환경’이라는 연례국제회의를 개최하는 일입니다. 이외에도 유엔의 활동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인터넷 활용으로 NGO파워 급속히 증대
─ 앞으로 환경오염과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부족, 수자원·에너지 부족현상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들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NGO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NGO의 역할과 전망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발전과 기하급수적인 성장 덕분에 NGO의 무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 웹사이트입니다. NGO는 무한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예상보다 훨씬 막강한 영향?쩜? 행사하게 될 것입니다.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여자 혼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여 정책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9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조디 윌리엄스의 사례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조디는 92년 지뢰금지운동을 시작한 이래 75개국 1천여개가 넘는 NGO들을 결집시켰습니다. 결국 97년 1백21개국 대표가 캐나다 오타와에서 지뢰의 생산·사용·판매를 금지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에 서명하게 만들었고 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죠. 그는 특히 인터넷을 통해 국제적인 지뢰금지 캠페인을 활성화시켰습니다. 이처럼 NGO는 정말 막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 관계되면 말이죠(웃음).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당면한 큰 문제 중 하나가 빈곤, 공해나 환경오염, 건강문제 등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인 성향(태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관련되지 않는다면 인터넷은 의사소통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래는 확실히 전체적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 한국의 NGO들은 오랜 기간 민주화운동을 통해 성장해온 시민단체들이 그 모태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윱求?. 그리고 한국은 착실하게 민주화를 이루어왔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의 NGO들은 지나치게 ‘정치지향적’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습니다. 좀더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오늘날에는 정부와의 관계설정이 문제로 대두된 상황입니다. NGO와 정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국민들과 화해하며 잘 지내야 하는 반면 NGO는 국민들에게 충고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줍니다.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아니라 NGO입니다. 이들에게는 철학이 있고 목표가 있습니다. 운동은 정부의 것이 아닙니다. 만약 정부가 NGO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정부는 곧 커다란 문제에 봉착할 것입니다.”
─ 정부와의 관계에서 NGO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NGO들은 보통 기금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 가령 정부가 활동자금을 지원해 준다거나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기금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은 뜻있는 사람들의 성금이나 기부금에 의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게 되면 정부에 어떤 의견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NGO는 자신의 철학과 ?舟Ⅸ? 관철해 나가는 조직입니다. 지원금 때문에 요구할 것을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어선 안되겠죠.
기금 부족으로 활발한 활동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인터넷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은 효과에 비해 굉장히 경제적입니다. 요즘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으로 전화보다 무선통신이나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방법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NGO도 일단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면 전세계와 연결되어 대화의 장을 펼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세계와 말이죠.
아직까지 아시아 지역의 NGO들은 컴퓨터 시설을 이용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볼 때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문화적·전통적인 관념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뀔 필요가 있고 바뀌리라고 생각합니다. ”
─ 한국의 NGO들은 국내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연대활동에 다소 미흡한 감이 있습니다. 한국의 NGO들이 유엔 등 국제기구에 진출해 활발한 국제적 연대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국제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년 10월 NGO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세계 각국의 NGO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전망과 이념 등에 관해 폭넓은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의 NGO들이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편견없이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또한 유엔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NGO들도 한국의 NGO와 교류한다면 더없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충분한 상호교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한국의 NGO들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좋은 의견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세계평화여성연합은 92년 창설된 이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계평화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들이 모성애와 희생정신을 살려 훌륭한 딸, 훌륭한 아내, 훌륭한 어머니로서 참사랑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을 중요한 여성의 역할로 봅니다. 참사랑으로 가정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취지죠. 이런 방식으로도 여성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이 유능한 사회지도자가 되는 것은 이런 토대 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전세계적인 평화운동에 여성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족생활도 물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가족 외에 글로벌 빌리지, 지구촌의 가족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도 스스로 다짐하곤 하는 것이지만 진정으로 평화를 얻고 싶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질적으로 고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인류의 평화를 구하고 싶다면 인종이나 정치, 종교 등에 관한 편견이나 고정화된 관념에 연연해하면 안되겠죠. 그런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평화를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가족을 생각할 때도 자신만의 가족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차원의 세계적인 가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개인의 가족을 위해 헌신할 것인지 한차원 높은 세계적인 의미의 가족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할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여성에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세계적인 가족을 위해 제 인생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인생을 NGO 활동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다음 세대를 위하는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엔에 관계된 일을 사명감을 갖고 해온 것입니다.”
─ 전세계적으로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에도 큰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이건 아니건 어쨌든 사람들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비중에 대해 과거와는 현격한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여성운동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성들이 인터넷을 좀더 알고 가까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가정생활에 중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화에 대한 의식과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양쪽을 동등화시키지 못하면 넓은 의미의 평화나 다른 것과의 조화 그리고 사랑을 성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평등이 없다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죠.”
사회 발전에 우리 모두 책임의식 가져야
─ 한국에는 이번이 처음이신가요. 한국인들을 만나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82년에 처음 방문한 이래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82년 당시와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면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했다고 느껴집니다. 그 단적인 예로, 지금 창밖을 내다보면 마치 시카고처럼 거대한 대도시를 연상케 합니다. 정말 놀라운 발전입니다. 특히 반가운 것은 한국 여성들이 무척 활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교육수준도 상당히 높아졌구요. 따라서 앞으로는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업무수행 능력과 그에 따른 책임감도 가져야 하리라 봅니다.”
─ 한국인들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큽니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우거진 숲 등 말이죠. 서울 시내는 한번 돌아보셨습니까?
“한국은 70% 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스위스와 같다는 느낌도 줍니다만 요즘 공해가 너무 심각한 것 같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 깨끗이 보전하고 가꾸려는 노력이 참으로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 외국어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유엔 활동을 하면서 배우셨습니까?
“영어·불어·독일어·러시아어 외에 3개 국어를 할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어는 아직 못합니다. 한국에 와서 두마디 배우기는 했는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어때요? 전 외국어를 빨리 배우는 편이죠.”(웃음)
─ 그동안 활동하시면서 지켜온 특별한 신념이라든가 원칙이 있습니까?
“우리 사회가 발전하느냐, 퇴보하느냐 하는 문제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나 자신을 먼저 돌보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하에서 발전이 없는 것은 이 전체주의 체제가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이란 것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우선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개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생활을 한다면 우리에게 훨씬 희망적인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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