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송 결연행사 참석 손진숙씨(인터뷰)

[세계일보]1994-04-13 11면 1033자 생활·여성 인터뷰

◎“쓰라린 역사 넘어 우호 다질땐 가슴 뭉클”/“통역하느라 힘들었지만 자랑스러워”『한­일 양국여성들이 어둡고 쓰라렸던 역사의 고통을 뛰어넘어 따뜻한 자매의 정으로 우의를 다지고 나아가 세계평화를 이룩하고자 서로가 손에 손을 잡고 기쁨의 춤을 추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의 장이었습니다』
지난 1일 한­일여성자매결연행사에 참여한 일본의 이노우에 요코(정상양자·35·대판부화천시소전정192의7)씨를 동생으로 맞이한 손진숙씨(58·서울관악구신림2동103)는 노란 스카프를 흔들며 행사장인 올림픽체조경기장에 입장하는 일본여성들과 이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한국여성들의 표정에서 평화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세계평화여성연합(총재 한학자)주선으로 3월11일부터 지난 7일까지 10차에 걸쳐 한­일 양국에서 5만명씩 10만명이 참가한 자매결연행사는 불행했던 서로의 과거를 청산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앞장서자고 결의한 사상초유의 대규모행사.행사에 참여한 양국여성들은 「우호와 친선을 도모하며 세계평화실현의 공동목표달성에 함께 노력한다」는 결의를 다지면서 자매결연장에 서명했다.

『행사도중 감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는 여성이 많아 분위기가 숙연했습니다.한 일본여성은 36년동안 일본이 한국을 괴롭혀 송구스럽다고 말했습니다.아직도 양국사이에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지만 형제로서의 사랑을 갖고 한마음이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쉽게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제시대를 체험해 일본어를 잘하는 손씨는 이날 하루종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여성들을 위해 통역을 해주느라 목이 쉬었지만 인기가 좋았다고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손씨가 동생으로 맞이한 이노우에씨는 남편과 함께 전통다농원을 경영하는 1남1녀의 주부.그와 함께온 62세의 시어머니는 식후 축하공연에서 일본노래를 능숙하게 부르는 손씨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길지 않은 만남의 시간이라 충분한 마음을 서로 나누지 못했지만 손을 부여잡고 주고받은 정겨운 눈길은 오랜 지기를 만난듯 포근했다』고 말하면서 손씨는 지난 9일 일본의 동생에게 선물과 함께 안부편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