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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사는 이야기]분단의 빗장을 풀어가며
[세계일보]2005-04-16 05판 26면 194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문난영 세계평화여성연합회장·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지난 3월초 육로를 따라 북한의 설봉산에 다녀왔다. 금강산은 겨울에 개골산으로 불리는데, 눈 덮인 금강산은 설봉산이라고 하여 그 선경(仙境) 같은 고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다섯 차례에 걸쳐 매번 다른 경로를 이용하여 북쪽을 방문하였다. 갈 때마다 절차가 조금씩 수월해지고 북쪽 사람들을 만날 때의 긴장감도 조금씩 완화되는 것 같아 다행스런 느낌이 든다. 1·4후퇴가 시작되던 1950년 12월8일,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고향 원산을 떠나온 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북쪽 땅을 밟아 본 것은 1999년 가을이었다. 남쪽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여성위원들과 함께 ‘통일로 가는 금강산 기행’을 주제로 ‘선상 토론회’를 하면서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던 것이다. 그 뒤 2001년 2월에는 ‘한국여성지도자연합’ 김윤덕 총재를 단장으로 하는 여성단체장 10명이 ‘남북 여성교류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위해 북쪽의 ‘조선려성협회’ 초청을 받아 베이징을 거쳐 평양을 방문하였다. 2002년 4월에는 남포의 ‘평화자동차 종합공장’ 준공식에 초청받았고, 이듬해 가을에는 ‘세계평화여성연합’ 간부 80여명과 함께 처음으로 인천에서 북쪽의 ‘고려민항기’를 타고 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였다. 올해 3월3일부터 3일간은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준비위원회 결성식 및 제1차 회의’를 위해 남측 대표단 100여명이 4대의 버스에 분승하여 강원도의 인제와 고성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육로를 따라 금강산에 다녀왔다. 이번에 북측 민화협 여성대표로 나온 P씨는 2001년 평양에서 처음 만난 이후 교환방문 때마다 서울에서도 만나게 되어 매우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그를 얼싸안으며 50년 전 원산에서 헤어진 사촌동생을 생각했다. 평양의 현실을 처음 보았을 때는 가슴을 저며오는 슬프고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어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 실향민의 회한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북쪽 지도자들과 마주앉아 분단 반세기의 높은 장벽을 절감하며 통일에 대한 열망도, 기대도 좌절되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런데 그 뒤 몇 차례에 걸쳐 남북 대표들이 양쪽을 오가면서 만나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통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비록 회의 때마다 타협이 어려워 난산을 하고 사산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때로는 서로를 보고 싶어하고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북측의 젊은 엘리트 L씨는 남쪽 기자들이 자기 보고 ‘얼짱’이라고 한다며 기분 좋아했고, 식사를 함께 하던 북측 원로 간부 한 분은 스스럼없이 나를 ‘누이’라고 불러 유쾌하였다. 이틀 동안 남·북·해외팀이 서로 타협이 잘 되지 않아 팽팽하게 긴장되었던 분위기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는 가운데 드디어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준비위원회 결성식’을 하게 되었다. 이어서 진행된 ‘제1차 회의’에서는 ‘공동선언문’도 발표하게 되니, 마지막 날 환송만찬회 분위기는 한결 부드럽고 화기애애하였다. ‘제1차 회의’에서는 ‘6·15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맞는 금년 6월15일 평양에서 ‘민족통일대축전’을 개최하고, 8월15일 남측 지역에서 ‘광복 60주년 공동기념행사 및 민족통일대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최근 한·일 양국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과 적극적인 대응을 다짐하는 ‘남·북·해외 특별결의문’ 채택도 있었다. 이렇게 서로를 향해 마음 문을 열고 조금씩 양보하며 심정적 화해를 이루어 나간다면 반백년에 걸친 분단의 빗장도 반드시 풀릴 날이 올 것이다. 금강산을 다녀온 이후 요즈음 나는 더욱 부쩍, 어릴 때 떠나온 아름다운 내 고향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를 거닐어 볼 날이 불원간 다가올 것을 꿈꾸며 설레는 마음을 달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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