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정착수기 준비하는 탈북자 임일씨 "단절된 南北문화 잇는 단초됐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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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2005-03-12 05판 25면 1217자 오피니언·인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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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비료나 식량을 지원하기보다는 신생아들에게 필요한 분유와 이유식 등을 전달하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단행본 ‘남북이 함께 웃어요’(가제)를 출간할 예정인 탈북자 출신 임일(37)씨는 11일 북한 학생들에게 교복과 연필 등 학용품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양 출신으로 북한 정보기관에 오래 근무한 임씨는 한국의 발전상을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전해 듣고 서울행을 꿈꿔 왔다. 1996년 11월 중동 근로자로 파견된 그는 여러 차례 기회를 엿보다가 쿠웨이트 근무지에서 이탈, 현지 한국대사관을 경유해 이듬해 3월 꿈에도 그리던 한국 땅을 밟았다. 임씨는 요즘 한국 정착 당시의 낯선 남쪽 생활을 정리한 수기를 책으로 펴낼 출판사를 찾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8년 전 서울에 도착했을 때 접했던 막막한 생활만큼이나 선뜻 출판에 나서겠다는 곳이 없어 주변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를 만끽하면서 잘 살기 위해 서울에 온 만큼 현재 추진하고 있는 책 출판이 순조롭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씨는 고향을 떠나올 때 가졌던 마음처럼 출판할 책에 대한 정성이 남다르다. 책의 부제인 ‘웃음도서’가 적힌 노란색 상표를 검은 모자에 붙이고 다니면서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북핵 위기로 남북관계가 경직돼 있지만 웃음은 곧 평화이기 때문에 책이 나오면 김정일 위원장도 이해하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임씨는 출판할 도서 판매금의 1%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평양산원의 신생아와 산모들을 위한 건강증진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러한 결정을 하는 데는 한 단체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바로 4년 전부터 북한사랑 1% 돕기 캠페인을 벌여온 세계평화여성연합의 적극적인 활동 내용을 보고 동기 부여가 되었던 것. 임씨와 여성연합이 공동으로 산모와 신생아들을 아끼는 마음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평양 사람의 눈에 비친 서울 이야기를 통해 남북 간 단절된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서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섯 단락, 총 40여편으로 구성된 작품은 평양에서 쿠웨이트를 거쳐 서울에 도착한 이후 한국 시민으로 생활하면서 겪은 좌충우돌식 경험담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보신탕과 갈매기살, 부대찌개 등에 대해 느낀 점과 국군과 한국군 등 헷갈리는 단어들을 접하면서 한순간 겪었던 난처한 일들도 재치있는 남북한 언어를 함께 사용해 그대로 녹여냈다. 남창룡 기자 ncr@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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